Interview
자연 속 아름다움을 도자에 담아내는 '그리다널 스튜디오'
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자연 속 아름다움을 도자 위에 그리는 그리다널 스튜디오 입니다.
Q. 어떤 계기로 도자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저는 전공이 정보통신공학이다보니 프로그래밍 일을 해왔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계속 모니터만 보고 코딩을 하는 스트레스를 조금 풀고 싶어서 우연히 도자 클래스를 듣게 되었어요. 이 시간 만큼은 저에게 스스로 치유가 되는거예요. 처음에는 주말에만 취미로 하다가 주중에도 회사 끝나고 여유만 되면 공방을 찾아갔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12~13년을 꾸준히 하게 되었죠.
배울 땐 어렵게 배웠거든요. 단계가 올라가면서 조금 더 쉽게 풀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꾸준히 3개월이나 6개월 그 이상의 공을 들이면 실력이 늘겠지만 처음 하던 짧게 하던 그 시간을 투자 했을 때 퀄리티나 만족도가 좋은 거를 빨리 느끼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서 이거 외에 수채화라던지 켈리그라피던지 도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것 들도 꾸준히 배웠어요. 결과적으로는 도자를 더 빛낼 수 있는 점으로 귀결이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회사 생활이 무료해지다보니 공방 스튜디오를 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누구나 바로하기는 두렵잖아요. 프로그램도 테스트 할 때 파일럿 기간을 가지듯 저도 제 스스로 역량을 한 번 파일럿 기간을 두고 테스트를 해보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지금의 이 모습까지 갖추게 되었어요.
Q. 언제부터 공방 스튜디오를 하시게 된거예요?
처음엔 수업 했던 공방에서 주말에 차에 실어가서 꾸미고 빼고 하면서 했었어요. 공간을 대충 꾸미고 싶지 않으니까. 내 공간처럼 꾸미고, 꽃도 매일 사고, 그게 너무 행복한거예요(웃음).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그래서 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그 해에 바로 공간을 알아보러 다녔어요. 이 동네는 원래 평소에 산책하고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 커피 마실겸 TXT 카페에 들러 크게 산책하러 돌다가 처음 공방 자리를 보게 된거예요. 바로 계약하고, 회사도 찬찬히 정리를 해서 동시에 인테리어 진행하면서 바로 넘어왔어요. 다른 곳에서 2년 6개월 정도 했다가, 여기 온지는 가을 되면 벌써 2년이 되어요.
Q. 공방 스튜디오를 하면서 어떠세요? 어떨 때 보람을 느끼세요?
어떤 색감, 어떤 그림 혹은 구성으로 했을 때 결과물이 좋다 라는 걸 아니까 제가 작업한 그리고 배워온 축적된 노하우들을 조금 쉽게 변형해서 사계절의 꽃을 테마로 커리큘럼을 짜서 운영하고 있어요. 오신 분들이 '저는 그림 못해요.', '붓 언제 잡아본지도 모르겠어요'라며 말씀들 많이 하세요. 그러다가도 특히 어머니 분들은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굉장히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행복한 에너지를 받아요. 반대로 이 공간과 제가 드리는 에너지를 얻어가기도 하세요.
그리고 만들어진 도자 결과물들이 일상에도 쓰일 수도 있지만, 만드신 분들 대부분은 본인 스스로 다 작품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다보니 어떤 분들은 못 쓰고 그릇창에 진열해 놓은 분들도 계시고. 그런 시간을 만들어 드리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있어요.
Q. 운영하면서도 많은 고민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저도 사업을 해야지 하면서 했던 게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전향했다보니 마케팅, 홍보 등에 대한 걸 잘 몰라서 이걸 어떻게 해야 보다 더 잘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요. 그리고 또 내 작업도 어떻게 선보여야지 ‘그리다널 작가는 이런 무드의 작업을 하는 사람이구나' 라고 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예요. 아직까진 방법은 잘 모르겠고, 지금은 꾸며진 것 없이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 계속 공부하러 다니고 있어요.
주변에 전문가 분들이 많이 없고 저는 보통 회사원, 공대 친구들이 많다보니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보통은 작가님들끼리 네트워크가 되어 있어서 대화를 하면서 도움도 받고 발전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아쉽죠.
Q. 도자기에는 원래 관심이 많으셨어요?
그건 아니예요. 보통 여성분들은 화장품, 잡화, 의류 등에 관심이 많은데 저는 일체 관심이 없고 오히려 그릇 욕심이 되게 많아요. 백화점 같은 곳을 가더라도 그릇 코너부터 보는 편이였어요. 사실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친한 언니가 임신을 했었는데, 태교에 좋은 프로그램을 찾다가 혼자 가기가 그랬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도자 원데이 클래스를 함께 가게 되었어요. 그 언니는 전혀 관심이 없고, 저는 그 시간이 너무 좋은거예요. 그래서 그날부터 수강을 하게 되었어요.
이사를 많이 하고 다녔지만, 이동하면서도 계속해서 배우러 다녔어요. 배우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뭐랄까 한 곳에 집중하는 것도 있지만 계속 손을 움직여서 하는 것들이 제 스스로의 잡념을 없애주더라구요. 그리고 선물하고 싶은 상대가 있으면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게 되는 시간이 되게 귀하게 여겨 지더라구요.
내 스스로의 어떤 스트레스나 사람 관계나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환경에 대한 불만 같은 것들은 당장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잖아요. 계속 머릿 속으로 싸워봤자 나만 피폐해지는 일이구나 생각이 들고. 사람을 바꿀 수도 없고, 제가 매번 맞출 수도 없고. 그랬던 제가 도자 공방을 다니면서 나 자신에 좋은 양분을 많이 쌓아둬서 그런지 그런 것들에 대해 유해지는 경험들이 되더라구요.
내가 더 좋은 사람, 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서 이런 것들을 싸우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을 좀 강하게 키워보자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되었어요. 이게 저한테는 도자라는 결과물도 있지만 회사 생활을 버티게 하던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한 곳에서만 계속 배우셨던 거예요?
홍대에서 수강을 했던 곳에서 커리큘럼은 끝났엇는데, 제가 계속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라는 걸 공방 사장님께서 느껴지셨나봐요. 그래서 키를 내어주셨다고 해야할까요? 퇴근하고 와서 하고 싶은대로 하고 불만 끄고 가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원래는 루틴한 생활을 했지만, 이 도자에서 창조적인 거를 풀 수 있는거가 너무 좋더라구요. 배울 때는 정해진 양으로 배우잖아요. 그걸 다 허물고 제가 마음대로 했거든요. 잘못만 안되면 되니까. 그런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구성도 틀리게 해보고, 작은 공간안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었어요.
Q. 어떤 곳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세요?
제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해요. 책을 보다보면 마음에 쿵 와닿는 문장이나 길게는 페이지가 있잖아요. 그 때 그 때 다가온 감정들이 많은 영감이 되는 것 같고. 그 페이지를 옮긴다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려나가요. 그리고 문장을 글씨로도 옮겨 쓰기도 하구요. 그리고 사계절 꽃이나 식물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동네가 너무 예뻐서 산책을 골목골목 다니는데 예뻤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 후 공방에 와서 그려내어요.
예를 들어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요. 그 담벼락에 이 계절엔 장미꽃이 늘어지게 잘 펴 있어요. 계절에 맞춰 같은 장미꽃을 피워내도 날씨나 볕에 따라서 보이는게 달라요. 그래서 매번 가서 담아내고 많이 그렸어요.
Q. 북촌에 넘어와서 이전에 있는 곳과는 다를것 같아요
위치상으로는 고립되었죠. (웃음) 하지만 한옥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요. 한옥에서 살고 싶은 로망 같은 게 있잖아요. 이 공간은 전통 한옥은 아니지만 그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는 있어서 그런지 오시는 분들이 이 공간에 왔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제가 머무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랑 비슷한 것 같아서 조금 더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고 싶지만 너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서..(웃음). 월세를 내서 쓰고 있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제가 마치 산 것처럼 애정을 담아 꾸미고 있어요. 작은 마당도 초록초록해지고 하면 더 좋아요. 사실 이 공간을 보자마자 계약하고 싶었는데 안되어서 6개월 동안 끈질기게 건물주를 설득한 끝에 수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 애정이 많아요.
Q. 공방에 오시는 분들도 다양하실 것 같아요. 어떨까요?
흔히 생각하기로는 커플이나 여자 친구들끼리 자기들만의 생일파티 이벤트로 오시기도 하고 하는데, 가장 그래도 저도 인상깊고 좋다라고 생각하는 멤버가 엄마와 딸이예요. 딸이 남자친구나 친구와 왔다가 ‘엄마가 너무 좋아하겠어요’ 하며 엄마를 다시 모시고 오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어머니들이 이런 거에 대한 두려움이 크잖아요. 처음에는 '나 이런거 못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며 말하시다가도 어머님들이 살림에 대한 노하우가 있으셔서 그런지 습득력이 굉장히 빠르세요. 손의 느낌이 달라요.(웃음) 젊은 친구들은 가르쳐준대로 하는데 어머님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시원시원하게 그려 나아가세요.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결이 더 살고, 색이 더 선명하거나 바래기도 해서 그렸던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여서 그런지 결과물을 보실때마다 만족도가 크세요. 설거지 할 때도 행복하시다고. 어머니들이 꽃 좋아하시니까. 우리 딸 덕분에 내가 옛날에 하고 싶었던게 뭐였지 하는걸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다고 얘기도 나누시더라구요.
이런 작은 거에 대한 성취감이라는 것도 오랜만에 느끼신 거죠. 항상 누구를 위해 사시다가 내가 무언가를 해서 얻는 성취감이 너무 크셨나봐요. 미소가 마스크 사이로 드러나요. 수업 끝나면 제가 사진도 많이 찍어드리고. 수업 이후에 사진 보내드리면 장문에 고맙다는 메세지를 보내주세요. 그런 걸 받으면 덩달아 제가 행복해지고 에너지도 받아요.
Q. 클래스라는게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잖아요. 작가님만의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이 또 있을까요?
손님들이 클래스를 하고 가시면 저도 막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들어요. 클래스 하고 팔레트에 남은 혼합된 컬러들을 보고 그 컬러로 어떤 걸 표현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그걸로 그 물감이 소비될 때까지 막 그려요.
그리고 밤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흙 작업을 하면서 저만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채워요. 그리고 맛있는 걸먹고 마시기도 해요.
Q. 클래스도 하시지만, 작품에 대한 욕심도 많이 생기실 것 같아요.
제가 그림을 전공으로 배워서 표현하는게 아니다보니 제가 좋아하는 꽃이나 식물들을 표현하기까지 수도 없이 실패 했었죠. 제가 동백을 그렸지만 그 동백을 조금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기도 해요. 작품이자 제품이기도 하다보니 누구나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동백을 그려내었지만, 사실은 동백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동백 작품들 속에 ‘아 얘도 동백이구나’하는 추상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계절에 맞춰서 겨울이면 겨울에 어울리는 컬렉션을 만들고, 봄이면 봄에 맞는 컬렉션을 만들고. 그걸 공간으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전시도 하고 싶고. 저는 이런 것들을 이 계절에 이 무드로 표현합니다. 저는 그리다널 작가는 이런 결을 표현합니다. 라고 보여주고 싶어요.
Q. 꽃이나 식물 외에도 하고 싶으신 작품 방향이 있으세요?
흙 작업이예요. 흙 빗는 작업을 천호나 이천이나 여주에 있는 공방에 가서 꾸준히 배우기도 했어요. 도자만큼 오래되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벽을 꽉 채운다던지 큰 항아리를 만든다던지. 조금 거친 느낌으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클래스 같은 경우는 정해진 시간 안에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야하니까 저도 그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 않나 반성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오래걸리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