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일상을 스케치하는 작가 '카콜'
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여행 스케치 작가 카콜(임세환) 입니다.
Q. 언제부터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그림을 일로 시작하게 된 게 대학교 시절부터예요. 저는 손으로 그리는걸 더 좋아했었고, 여행하는 걸 좋아했었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게 여행가면 그림 그리시는 분들이 꽤 있잖아요? 특히 유럽 가보면 길거리에서 그리는 분들. 그렇게 해보고 싶었죠.
그렇지만 하더라도 일단 먹고 사는데 문제가 생기겠다 싶어 디자인과를 가게 되었고, 그림보다 ‘여행’에 더 집중했죠. 여행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여행 공모전은 거의 다 제출 했던것 같아요. 장점이 되었던 게 여행 공모전에 그림을 제출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사실 여행 콘텐츠라고 하면 비슷한 게 많거든요. 정해진 지역에 여행하고 돌아다니면서 뭔가 하고 사진을 남기고 하는데, 제 콘텐츠에는 그림이 들어가니까 화려해 보이기도 하고, 주최측에서 재밌게 보는거죠. 그렇게 장학 재단 통해 독일도 다녀와보고, 제주항공 대학생 서포터즈도 되어 지원 받아서 여행가서 콘텐츠 제작도 하고, 홍보도 했었네요
그러던 중 스타워즈 영화가 이제 새로 다시 제작 된다고 해서 한국에서 처음 디즈니 공모전이 열렸죠. 계속 여행이랑 그림 콘텐츠를 했으니 섞어보자 하면서 만들었어요. 그땐 섞어본다는 걸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만들기에 너무 힘들 것 같았죠. 아이디어가 있어도 손이 안 따라 줘서.
그 때 떠오른 아이디어로, 영화가 한국으로 오니까 스타워즈의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 한 명인 ‘스톰트루퍼’ 병사가 한국에 와서 여행하는 걸 그림으로 그려봐야겠다 싶었어요. 무작정 카메라 두고 타임랩스 라는걸 처음으로 써보고, 그림을 만들어서 제출했었죠.
그러다가 시상식에 초대되었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누가 대상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뭐가 되긴 되었구나 싶어서 갔죠. 갔는데 아트 분야 대상을 탄 거예요.
그때부터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그림을 그리면 영상을 함께 찍어 편집해서 보내주고. 어벤져스, 미녀와 야수, 정글북, 스타워즈 그 외 다른 영화들과도 콜라보 작업을 했어요.
Q. 그것만으로 수익이 많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림으로 먹고 살아야하니까. 대학교 초반일 때는 아직 다들 뭐해 먹고 살지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제가 회화과가 아니다보니까 갤러리 시스템, 작품 판매 그런 걸 모르는 상황이였거든요. 주변에 시각디자인 친구들만 있었고 다들 회사로 들어가니까.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까, 일단 그림 수업이라도 해볼까해서 일단 디즈니 경력을 가지고 백화점 문화센터나 수업하기 괜찮아보이는 곳들에 제안했었어요. 그땐 '여행 스케치' 라는 분야가 없었다보니 문화센터에서 답변이 왔고 진행하게 되었죠.
여러 곳을 돌면서 수익을 벌기 시작했고 수업이 바쁠 땐 일주일에 12개가 몰릴 때가 있었어요. 하루에 3군데를 다니고, 차가 없었다보니 지하철 타고 계속 왔다갔다했었죠. 서울, 수원, 인천, 천안 가고. 또 그게 재밌긴 하더라구요. 그 지역에 가서 또 새로운 공간을 보니까. 일찍 와서 그림 그리고 있으면 되고.
제가 그 당시 20대였고, 저는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하며, 회사 입사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있었죠. 그에 반해 학생분들은 젊으면 30대이고, 대부분은 40대 50대 이상이였어요. 고민 거리 등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죠. 그런데 대부분 퇴사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먹고 살게 없다고 얘기를 하니, 20대 였던 제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었겠어요. 그걸 들으면서 생각 들었죠.
아! 회사는 결국 갈 수 없겠구나. 이렇게 퇴사 걱정하고, 30대에 퇴사해서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하는 사람도 많은데, 지금 하고 있는걸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죠. 그게 안되면 30살에 알바라도 뛰던 뭐든 해봐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수업을 하면서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블로그를 하고 있었지만, 인스타그램이 더 가볍기도 하고, 그림을 홍보하기에 좋을거라 생각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을 계속 올리게 되고, 지역관련해서 올리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은 다른 나라에서도 보니까, 그걸 보고 일이 들어오기도 하고, 책 작업도 들어오고. 그림 관련된 잡다한 일들은 다 했던것 같아요. 카페 벽화라던지, 음식 일러스트, 책 표지라던지, 홍보 이미지라던지, 라이브로 그리기도 하고.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어요. 너무 길었죠? (웃음)
Q. 작업하면서 힘든 적도 많았을 것 같아요
수익이 좋진 않죠. 처음엔 그림보다 홍보, 마케팅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왜냐하면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은걸 아는데, 보통 그분들은 그림만 그리시더라구요. 제가 그 분들보다 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내세울게 뭐가 있을까? 했죠.
그래서 뭐라도 일단 나서서 표현하고, ' 나는 이런 작가이고, 당신들과 이런거 하고 싶다'는 계획안을 짜서 여러 군데 보냈어요.
다행히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였어요. 왜냐하면 그 분들도 일을 하려면 필요했었던 거예요. 먼저 선뜻 제안하면 그게 지금 되던 안되던 간에 나중에 또 일로 이어지더라구요. 그렇게해서 그림 판매보다는 일러스트 외주작업, 홍보로 거의 수익을 벌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그림 판매는 DM(다이렉트 메세지)으로 오면 팔거나, 전시 할 때만 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꾸준히 팔 수 있는데가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그림을 직접 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림을 직접 보여드리기 힘든 경우가 많았죠. 매번 배송 문제 때문에 걱정되기도 하고. 제가 직접 보내드리다보니 유리액자라서 깨질수도 있어서 보통 액자없이 보내드리는 경우가 많아요.
Q. 특별히 영감을 받는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일단 모든 것에 배울게 있다. 모든 건 그림에 연관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그래도 여행가서 많이 배우는 것 같긴해요. 많이 돌아다니면서 보는 것들에서
Q. 여행 갔었을 때 느꼈던 부분을 구매자분들이 느꼈으면 하시겠네요?
사실 마음은 더 그렇긴 한데, 사실 그렇다고 강요를 할 수는 없으니까. 각자 원하시는 부분들이 다 다를테니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건, 내가 그렸던 여행지 혹은 공간만의 느낌, 살갗에 닿는 바람, 향이라던지, 사람이 지나가던 소리 같은걸 그림에 담아두고 싶었어요. 그래서 옛날에 스케치북 전시를 하고 싶었어요. 여행지에서 바로 그린 그 느낌이 온전히 담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스케치북 전시가 어려워요. 스케치북을 액자에 넣으려고 하면 결국 다 분해해야하고, 스케치북 느낌이 안나고. 스케치북을 그대로 두자니 관람객들이 손으로 넘겼다하면서 스케치북 훼손이 빨리 되어 버려요. 그래서 향후에 하고 싶은건, 스케치북 하나 넘기면 소리도 들리고, 향도 나고. 제가 녹음한게 있으면 녹음한 것도 틀고,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는 그림이예요. 여행 관련된 걸로.
Q. 그림에만 한정된 게 아니네요, 여행이라는 '공간감'을 전달하고 싶은게 큰것 같네요?
그림도 있긴 한데, 사실 여행 관련된 그림을 개인적으로 그리시는 분들이 많지가 않아요. 장소가 들어가 있으니, 내가 그곳에 추억이 있지 않은 이상 구매를 잘 안하세요. 그러다보니 이런 그림도 하고 저런 그림도 하는 이유가 판매로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더 선호하긴 하시더라구요. 저 수 많은 사람들 속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벽에 전시 했었을 때 잘 어우러지기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Q. 실제 전시 등을 통해 인상 깊었던 관람평이나 관람객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 가까이 가서 물어보면 부담될 가능성이 크니까. 관람을 하고 직접 들려주는게 아니라면. 대부분은 제가 어느 여행 지역을 그렸으면 그 지역에 여행 가보셨던 분들이 더관심있게 봐주셨던것 같아요. 제가 컵만 그리는 작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고, 인물만 그리는 걸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여행만 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세 가지로 나누어져요. 신기하죠?
어느 한 그림만 꽂혀서 보시는 분들이예요. 다 다르다보니, 컵을 보시는 분들은 카페나 컵 이야기, 색감들이 좋다. 이야기하고. 대부분 오래 보시는 분들은 인물 그림을 많이 보세요. 공간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도 하고. 특히나 디테일한 모습을 보는거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제가 그림과 영상을 한번에 보여주니 쉬워보여서 그런지 많이 따라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꽤 있어요. 보통 따라하셨다가 저에게 망한 걸 DM으로 보내주시면서 ‘작가님 잘 안되요 ㅠ’ 이렇게 연락주시기도 해요(웃음)
Q. 세밀한 표현이나 감도를 위해서 다양한 붓이나 펜을 써보셨을 것 같아요
(제가 들고 다니는 '여행용 가방'이예요~ 하시며 가방 꺼내어 보여주신 작가님)
일단 여행 다니면서 써야하니까. 필통도 크지 않고. 큰거는 백팩을 사용하는데. 하늘 그림 큰거든 작은거든 이걸로 다 해요. 큰 도구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이렇게 갖고 다니다보니 익숙해져서 더 그런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언제든 다니면서 그릴 수 있게끔. 좋은 붓은 아니지만 뒤에 물을 넣어서 쓸 수 있거든요. 기본적인 펜들도 챙겨다니고. 들고 다니기가 편한게 나아요.
Q.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스타일이 있으세요? 혹은 콜라보를 하고 싶다거나?
인물들을 꽉 채운 그림이라던가, 패브릭도 해보고 싶고, 상품도 만들어보고 싶긴해요. 컬러감 있는 것도. 핸드폰 케이스도 만들어보고 싶고. 많아요! 그래도 여행 스케치를 가장 잘하고 싶은게 커요. 책도 내보고 싶고, 나중에 루이비통과 협업하고 싶어요. 루이비통이 럭셔리 브랜드여서가 아니라 아트북을 제작해요. 이 아트북과 협업해보고 싶어요. 한국버전으로. 루이비통에 제안을 하고 싶어서 찾아볼려니 없더라고요. (웃음)
그리곤 스타벅스와도 해보고 싶어요. 스타벅스 냅킨에 그림 그리는걸 해보고 싶거든요. 버려지는 냅킨들도 많으니까. 이걸 자연 환경 보호로 해서 본인이 쓴 냅킨을 버리지 말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서 본인만의 소중한 작품으로 만들면 어떨까 했어요. 그래서 스타벅스 고객 센터에 연락해서 제안 내용을 전달도 해보고 했어요
그림으로 최종적인 목표는 내가 어느 한 지역을 1~2달을 여행하고 그거를 책으로 내고 판매를 하고 또 다른 지역을 가보고 그래서 세계를 다니면서 세계 지도를 만들어보고 싶긴해요.
맛집만 모아둔 책도 만들어보고 싶고. 뭐든지 돌아다니면서 관련된 걸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도 하면서. 노포만을 모아놓은 그림책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Q. 만약 여행 스케치 작가를 안했다면? 어떤걸 하고 계셨을 것 같으세요?
주변에서 대부분 얘기해주세요. 광고마케팅 했었을 것 같다고(하하) 저도 영상이나 광고에 관심 많다보니 더 그런것 같아요. 아니면 아마 음식점을 하지 않았을까.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해요. 음식을 만드니까 음식 그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만드는 과정을 아니까. 색감부터 달라져요. 예를 들어 구울 때 빵은 처음엔 하얀색인데 예쁘게 겉이 타는 과정에서 계란물을 발라주면서 색을 내는 것처럼, 그림에도 그게 반영되어 계란물 색감을 올려주고 계속 구워지는 느낌을 더해주는거죠. 그러다보니 음식으로 무언가 하지 않았을까 해요.
Q. 작가님은 많은 분들에게 이런 아티스트로 기억 되고 싶으세요?
저는 여행스케치 작가. 여행 그림 그리는 걸 선호해요. 그걸 하려고 하다보니, 먹고 살기 위해 여러가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그걸 필두로 퍼져 나가는거죠.
카콜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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