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일상을 축복하는 밀리너리 브랜드
블레숑 대표 '손종우'
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블레숑의 hat maker 손종우 입니다. 다이브인과는 블레숑을 열기 전부터 포토그래퍼로서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요즘 어떤 작업을 주로 하고 계세요?
Covid-19로 인한 펜데믹 상황 전에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로서 사진 작업을 했었습니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패션위크를 오가며 사진을 찍었고, 국내에서는 주로 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한 작품활동을 해왔습니다. 디지털카메라 보다는 필름을 사용했고, 패션 보다는 고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인물 위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요즘은 BLESSHON이라는 브랜드에서 hat maker로서의 삶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펠트햇(felt hat)이라 칭하며 흔히 페도라, 카우보이 모자라고 불리는 모자를 만듭니다. 토끼털 펠트를 주소재로 활용하며 세계 여러 도시를 돌며 직접 공수해 온 hat making 도구를 이용해 1600년대 서부에서부터 이어온 방식 그대로 전 과정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Q. 브랜드 BLESSHON의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 이름이 영어로 JW Shon 인데 원래 생각은 J를 강아지로 하고 나머지 W Shon 더블유 숀을 빨리 발음하면 더블레숀 처럼 들려요. 그런데 더블레숀은 뭔가 이상해서 블레스 숀 해서 '축복을 씌워주다'라는 의미로 블레숑이 되었어요.
보통 역사 깊은 브랜드를 보면 아무래도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많아서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원래는 제가 스트릿 포토그래퍼로 활동 했었는데 관련 경험을 쌓다보며 느끼기에 옷보다도 패션 아이템 하나하나가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제게 옷 자체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아이템 하나하나가 더 의미가 있어 보였어요. 아이템만 봐도 저 사람이 자신을 아낀다는게 느껴졌어요. 특히나 제게는 모자가 그런 존재였어요.
햇(hat)은 해외에서는 흔히 쓰는 패션 아이템인데요. 자주 쓰이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뉴욕에서 햇메이커(hat maker)가 모자를 만드는 걸 보고 배우며 손에 익히게 되었어요. 4대 패션위크 현장을 갈 때마다 그야말로 패션으로 날고 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햇(hat)의 멋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 제일 컸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햇(hat) 쓰는걸 너무 좋아했었어요.
20살 초반부터 자주 쓰고 다녔는데요. 국내에는 아직 낯선 패션 아이템이다보니 전파를 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쓰는 하나의 패션 문화로 확장 시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의 밀리너리 브랜드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처음 모자를 제작하였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디자인적으로 맘에 드는 모자인데요. 모자에 그을림으로 디테일을 넣는 작업으로 완성되어요. 지금은 품절되었어요.
저는 한번 품절이 되면 다시 만들지 않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모자로 남겨두고 싶어서죠.
Q. 주로 어디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나요?
일상에서 많이 받아요. 제게는 색 조합이 제일 중요해요. 색 조합은 살짝만 삐끗해도 유치 해질 수 있어서요. 일상에서 많이 보고 깨닫는 편인데요. 자연의 색을 많이 봐요. 자연스러운 거니까. 노을이랑 하늘이랑 풀 속의 새들 보면서 색을 찾죠. 그리고 인위적인 화보집도 지하철 전광판도 많이 봐요. 색의 조합이 잘되었다 싶으면 무엇이 되었든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아참, 제 사진들도 많이 봐요. (웃음)
Q. 하루의 일과 중 어떤 것을 가장 많이 하시나요?
모자를 만드는 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차 공정을 하는데요. 대략 2시간 걸려요. 그리고 나서 사무실로 출근 합니다. 출근을 해서 11시까지 문서작업이나 웹 페이지 작업을 진행하고요. 오후 7시 반까지 사무실에서 손님 응대와 작업을 병행합니다. 그리고 퇴근 후 집에 가거나 작업실에 남아 나머지 공정을 마치곤해요.
모자 하나를 만드는데 최소 4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건조하는 시간도 있어야하고 열처리 등 물에 적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Q. 블레숑의 시그니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지금은 조금 소홀하고 부끄러워서 남들에게 안보여주지만, 전 글쓰는 걸 너무 좋아해요. 제가 만든 모자에 항상 붙여지는 건 바로 메모지인데요. 메모지를 돌돌 말은거예요. 메모지에다 글을 써서 말았는데 그 누구도 안 볼것 같아서 지금은 그냥 돌돌 말아서 디자인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어요.
Q. 소재가 펠트인데 펠트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총칭 자체가 펠트햇(Felt hat)이 맞고.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저는 자연스럽게 역사를 따라간 것 뿐이예요. 형태에 따라서 페도라, 버킷햇이 되지요. 그렇지만 총체적인 명칭은 펠트햇이예요. 물론 나중에는 다른 소재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옷과 함께요.
“역사 속에서 답을 찾되 그대로 따르지는 말자.” 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어요.
역사를 좀 더 공부 하면서 하되 새로운게 좋으면 언제든 흡수할 생각이에요."
Q. 최근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었나요?
되게 선했어요. 댄서이시더라구요. 제가 신제품 작업을 마무리 하기 직전이었는데 덜 마무리된 모자를 보고 구매를 하셨어요. 구매하고 다음날 공연 때 써야한다고 하셔서 정말 열심히 완성을 시켰죠. 그분께서 제게 감사하다고 하셔서 춤추시는 영상과 함께 블레숑을 태그 해주셔서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구요.
Q. 블레숑을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은 남다르지만 한편으로는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있다면 겉보기에 타인의 신경에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같아요. 표현하는걸 겁내지 않는 느낌을 항상 받아요.
Q. 블레숑의 모자가 대중들에게 어떻게 자리 잡길 바라나요?
최대한 가볍고 격식 차리지 않는 복장에서 제 모자를 쓰길 바래요. 알게 모르게 많은 분들이 격식을 차린 의상에 모자를 써야한다는 강박을 많이 가지고 계세요. 반팔, 청바지 룩에도 쓰고 다니고 수영장에 가서도 쓰는 것 말이예요. 가볍게 쓸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Q. 새로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전체적인 패션 카테고리로 옷을 만들고 싶어요. 샤넬도 원래 모자 브랜드로 시작했어요. 여기에서도 영감을 받았죠.
Q. 작품을 구매하실 분들이 어떤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평생 간직하겠다는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자신을 표현하는 키워드 3가지만 적어주세요.
일상, 경험, 꿈